세무조사 대리 수임 3연속 실패 후기 (세무조사는 어떻게 수임하는가)
제가 세무공무원일 때는 소속부서도 조사국이었고 맡았던 업무 자체가 세무조사 수행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세무조사를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세무공무원을 퇴직하고 난 뒤에는 세무조사에 참여하려면 세무대리인으로서 대응을 하여야 하는데, 세무대리인으로 참여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많이 느껴서 세무조사 수임 제안 후기를 남기려고 합니다.
최근에 3개 업체를 세무조사 대응 용역 수임 제안할 일이 생겼습니다. 법인세 중간예납도 끝났고 하반기에 큰 용역도 없기에 저희팀 스탭 선생님들을 그냥 두는 것보다는 세무조사 대응을 하도록 하면서 업무 경험치도 쌓게 해줄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작업해서 3곳에 제안을 모두 넣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세무조사 대응 용역 제안 넣고 직접 가서 PT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3군데 모두 떨어졌습니다. 각 업체별로 왜 떨어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A업체
제안 당일 날에는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많았고 업계 공통 이슈는 무엇인지, 전산 지원 나오는 서울지방국세청 과학조사담당관실 담당자의 성향은 어떠한지 등 실무적으로 물어보면서 관심을 많이 보였습니다. 당일 날은 그래도 분위기가 괜찮다고 생각했으나 다음날 전화해보니 "자기가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다.. 위에 사공이 많다"는 식으로 얘기하며 에둘러 너희는 할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거절 표시를 하였습니다. 우리가 세무조정 법인은 아니었으니 떨어졌어도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자기 입장에서 뽑아먹을 것만 뽑아먹고 버려진 느낌이 들어 씁쓸하였네요. 그 뒤에 이슈 확인한다고 한번 더 전화가 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2) B업체
이곳은 처음부터 최저가 입찰을 하겠다고 선포하였습니다. 최저가 입찰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6주인데 단가를 얼마나 써야할까 고민하다가 추석이 껴있는 걸 보고 추석주와 추석 전 주는 조사공무원이 안나올거를 고려해서 4주분으로 용역 단가를 만들었습니다. 추석에는 쉬어야죠^^
설마 이것보다 더 싸게 들어올 수는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제안서를 넣었는데, 다른 모 빅펌에서 이것보다 몇백만원 더 싸게 들어와 입찰되었다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쓴 금액도 정말 머리 열심히 굴려서 간신히 맞춘 금액인데 우리보다 더 싸게 들어오면 대체 남는게 있긴한건가, 저 법인은 시장교란자인가 싶지만 회사의 방침이니 눈물을 머금고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였습니다.
(3) C업체
우리가 세무조정법인이기도 하고 용역도 진행하면서 나름 친분을 다져온 법인이라 당연히 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안서 내고 나서 점심식사를 함께하는데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느낌이 싸했으나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와중에 궁금한 거는 이것저것 물어보길래 알려줬더니 고맙다고는 하지만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진득하게 기다려보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새에 들어온 빅로펌에 치여서 수임 실패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빅로펌이 최저가 입찰을 하였다고 하네요.
큰 법인의 세무조사 용역은 4곳의 빅펌 회계법인이나 빅로펌에서 보통 수임 제안을 하면서 들어옵니다. 다만 이번에 제안을 넣다보니 다른 경쟁사들이 입찰하는 주된 강점을 오직 최저가에 맞추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혹시 다른 법인의 세무조사 용역을 수임하게 될 경우 향후에는 성공후기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